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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김영준.. 20대는 어쩌다 디지털 성범죄에 빠졌나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1-06-19 18:47:11
  • 조회수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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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김영준.. 20대는 어쩌다 디지털 성범죄에 빠졌나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   2021. 06. 19. 08:05

이른바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은 1995년생, 26세다. 그는 아동·청소년 여성 70여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을 만들고,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징역 42년(2심)을 선고받았다. 손정우는 조주빈보다 한 살 어린 1996년생. 이른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했다가 붙잡혔다.

경찰청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특별수사본부를 운영해 모두 3575명을 검거했는데, 이 가운데 1448명이 20대였다. 구속된 범죄자 245명 가운데서도 120명이 20대. 경찰 관계자는 “조주빈이나 손정우처럼 흉악한 디지털 성범죄자 가운데는 20대가 많다”고 했다. 왜 그럴까.

일러스트=안병현

◇뛰어난 디지털 지능이 범죄의 세계로

디지털 성범죄에 사람들이 경악하게 된,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이 터지면서다. ‘n번방 사건’은 문형욱 등이 201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 여성들에게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범죄다. 운영자 문형욱은 1995년생.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검거 당시 25세였다. 그와 함께 n번방을 운영한 안승진은 1994년생(당시 24세). 이달 초에는 ‘제2의 n번방’이라 불리는 사건의 주범인 김영준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도 1992년생으로 21세부터 온라인에서 남성 음란물을 유포하다가 29세가 된 이달 초 붙잡혔다.

물론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이른바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동성애 소설이나 그림)’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성 5명은 남성 연예인의 성적 내용을 담은 웹툰 등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경찰은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여성 2명은 남성 아이돌의 음성을 짜깁기해 신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다가 적발됐다. 대부분 2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20대가 디지털 성범죄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에 많이 노출된 탓이 크다. 창원대 철학과 윤김지영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상공간과 실제 공간이 연결돼 있다 보니 불법 영상물을 올리고 내려받는 것을 마치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처럼 여기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에 익숙하고, 정보가 많다 보니, 디지털로 범죄를 저지르는 지능이 훨씬 발달했다. 정치권에서도 디지털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20대들로 세대가 교체되는데, 범죄 세계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호 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가 20대부터 흉악해지는 것은 온라인에 다양한 수법이 노출돼 있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탓도 크다”고 했다.

◇왜곡된 인정욕으로 더 악랄해지는 범행

20대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공통점은 학교나 친구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사회 적응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형민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범죄자를 직접 만나보면, 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한 성격의 평범한 사람이 많은데, 얘기를 나눠보면 온라인 대중이 열광하는 데 큰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학창 시절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변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그 욕구를 잘못된 방식으로 풀어내다 보니 범죄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주빈의 경우 자신을 ‘박사’라고 칭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잘 못한 것이 자신을 박사라고 부르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독보적으로 남들로부터 인정받기 원하다 보니 범행이 더 악랄해졌다”고 했다.

온라인 공간을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조주빈은 성 착취물을 통해 약 1억800만원의 범죄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큰돈을 벌기 위해, 성 착취물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고 잔인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최상위 등급방을 만들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 방에는 아무런 영상도 없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남성들이 70만원이 넘는 돈을 냈고, 한 남성은 조주빈에게 끊임없이 속아 370만원을 쓰기도 했다. 윤김지영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성 착취물도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를 범죄에 활용하는 방법도 쉽게 배우며, 30대 이상 세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에서 만나는 이성이 더 편하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이성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성장하는 동안 나이대별로 습득해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디지털에 몰두하면 이성 만나는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 직접 만나서 연애하는 것보다 디지털에서 만나는 이성이 훨씬 편하고 만족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퇴행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직접 성관계를 하지 왜 이런 영상물을 올리고 보는지 물으니 디지털을 통해 각종 음란물을 접하는 게 더 좋고, 욕구 해소가 잘된다고 답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검거된 김영준은 동성인 남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써서 자신의 목소리를 여자로 바꿨고, 아프리카방송 BJ로 활동하는 여성 사진을 채팅 앱에 올려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다. 남자들이 속으면, 그들에게 알몸 사진이나 영상을 찍도록 해 이를 녹화했다. 이후 그 동영상을 보여주며 “또 다른 영상을 만들어 보내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동성에게 욕구를 느낄 경우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쉽게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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