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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허버? 또 남녀갈등 싸움터 된 네이버웹툰, 이번엔 남혐논란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1-07-03 20:35:36
  • 조회수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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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허버? 또 남녀갈등 싸움터 된 네이버웹툰, 이번엔 남혐논란

Chosunbiz 박현익 기자  2021. 04. 26. 16:10

최근 한 달 사이 논란만 세 번째
남성 커뮤니티서 집단 별점·댓글 테러
여성들도 맞대응 나서며 싸움 격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여성 혐오와 대비
"군중심리 형성되며 극단으로 치달아"
 

최근 남성 혐오 논란이 된 웹툰 장면. ‘허버허버’란 표현이 남성이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비하했다는 지적(왼쪽), 남자 주인공이 취한 손동작이 급진적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가운데), ‘몰카’ 사건 관련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오른쪽) 등이 제기됐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또다시 남녀갈등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다. 웹툰에서 그린 일부 장면 또는 표현이 남성을 비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어떤 웹툰은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반대로 지나친 확대해석과 억지라는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남자 대 여자로 나뉘어 양측은 인터넷상에서 집단행동까지 나서며 갈등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남성 혐오 논란이 일었던 네이버웹툰만 3개에 이른다. 먼저 로맨스 웹툰 ‘성경의 역사’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아 미친…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한 말 때문에 문제가 됐다. 남자친구가 유포한 사진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 여성 관련 이야기 중에 나온 말이다. 이에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잘못 없는 남자들까지 다 죽으란 법이냐" 등 비난이 쏟아졌다.

또 다른 로맨스 웹툰 ‘이두나!’와 ‘바른연애 길잡이’는 음식 먹는 소리를 나타내는 ‘허버허버’란 용어를 썼다가 구설에 올랐다. 허버허버는 인터넷 신조어인데 남성 커뮤니티 주장에 따르면 "여성들이 급하게 먹는 남자를 비하할 때 쓰는 단어"라는 것이다. 특히 바른연애 길잡이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한국 남성을 낮춰 표현하는 ‘한남’과 비슷한 ‘하남’이라는 점, 이 하남이 취한 손 모양이 급진적인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점 등 때문에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논란에 ‘이두나!’의 민송아 작가는 지난 21일 "혼란을 드린 단어표현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지적받은 장면에서 아예 ‘허버허버’란 단어가 삭제됐다. 지난 23일 ‘바른연애 길잡이’의 남수 작가는 남성 혐오 의혹과 관련해 "그 어떤 것도 제작 시 의도한 의미와 합치하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오해를 일으킨 표현의 경우 문맥과 관계없이 다른 의미가 떠오를 수 있음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독자분들께 굉장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다"라고 했다. 바른연애 길잡이에서도 ‘허버허버’는 삭제되거나 ‘어버’란 표현으로 대체됐다.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허버허버는 그냥 인터넷에서 많이 쓰는 유행어 중 하나인데 발끈하는 게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가가 별 의도 없이 쓴 것에 억지 ‘남혐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또 바른연애 길잡이와 관련해서 ‘하남’이란 이름은 연하남 캐릭터라서 붙여진 것인데 이를 ‘한남’이라고 해석한 것은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메갈리안을 나타내는 손 모양 역시 ‘조금’, ‘약간’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맥락에서 나왔을 뿐 특정 커뮤니티를 상징하기 위해 작가가 노리고 넣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웹툰 남혐 논란은 남자 대 여자로 나뉘어 댓글, 별점 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혐오 의혹이 제기됐던 웹툰들을 중심으로 서로를 비방, 비난하는 댓글을 달거나 웹툰을 평가하는 별점을 두고 남성 측은 낮은 평점을, 여성 측은 높은 평점을 주는 식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식이다. 또 지난 주말 사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남초 웹툰테러 그만’, ‘네이버웹툰 억지 남혐 논란’이란 문구가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문구를 집단으로 리트윗하며 이슈화시킨 것이다.
 

지난해 여성 혐오 논란이 됐던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한 장면. 여성 캐릭터가 조개를 깨는 장면이 성(性)을 파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지난해에는 반대로 여성 혐오 때문에 논란이 됐었다. 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이라는 웹툰에서 그려진 한 여성 캐릭터의 취업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조개를 기다란 물체로 깨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성 상사에게 성(性)을 팔아 정규 직원이 됐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구한다’는 글까지 올라왔고 네이버 측은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헬퍼’란 웹툰은 과도한 신체·정신적 폭력과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비인간적 묘사로 비판을 받으며 휴재까지 했다. 해수욕장에서 납치당해 인터넷 생중계로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여중생, 알몸으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받고 침을 질질 흘리는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모멸적인 묘사가 작품으로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결국 헬퍼 작가 ‘삭’은 사과문을 올리고 "재정지 시간을 갖겠다"며 휴재를 선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녀가 서로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라며 "특히 커뮤니티처럼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는 군중심리가 형성돼 반감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남성은 ‘여성혐오다’, 여성은 ‘남성혐오다’라고 주고받으며 공격성이 점점 커지는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혐오라는 게 단순한 분노와 다르게 상대가 파멸에 이르길 바라는 심리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사회 현상이다. 웹툰이 갈수록 인기도 커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다 보니 굉장히 큰 파급력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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