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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때린다?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1-08-31 16:45:17
  • 조회수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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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까 때린다?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

아시아경제   임주형기자   2021. 08. 30. 15:11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많아 더욱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전문가는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5일 새벽,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벌어졌다. 이날 30대 남성 A 씨는 피해자 여성 B 씨의 집 로비에서 말다툼을 하다, B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잔혹한 폭행으로 B 씨가 의식을 잃자 A 씨는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119에 거짓 신고를 했다. 이후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약 한달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17일 결국 숨을 거뒀다.

B 씨의 모친은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에서 "가해자가 딸의 오피스텔 1층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으로 오가며 (딸의) 머리와 배를 폭행했다"며 "머리를 잡고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라고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딸은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가 하늘로 떠났다"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겠나.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인 사이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데이트 폭력 가중 처벌법'을 신설해 달라며 촉구했다.

피해 여성의 모친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 및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청원글을 게재했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건을 접한 여성들도 불안감과 분노를 토로했다. 뉴스를 통해 이번 사건을 알았다는 20대 여성 직장인 C 씨는 "사귀는 사람을, 그것도 맨손으로 때려 숨지게 하다니 충격적"이라며 "연인에게까지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직장인 D(29) 씨는 "사람을 때리는 순간 남남이지 무슨 연인이고 애인인가"라며 "명백한 살인으로 엄벌해야 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3년간 데이트폭력 신고 및 유행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수는 3만406명에 달했다.

입건자를 혐의 별로 살펴보면 폭행 상해가 70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체포·감금·협박 1067명, 성폭력 84명 순이었다. 데이트 폭력이 피해자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도 있었다. 살인 미수 혐의 입건자는 25명, 살인 혐의는 10명이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성인 수도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여성연구원)이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운데 59.4%는 최소 1번 이상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경찰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수는 약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은 연인 사이에 발생한다는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폭력 수위가 심해져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여성연구원 조사 결과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상대방과 결혼을 하는 여성 비율은 전체의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방과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결혼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41.6%)', '상대방을 계속 사랑한다고 느꼈다(28.2%)' 순이었다.

전문가는 연인 간 데이트 폭력을 예방·방지를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수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연인에 의한 폭행 피해를 가정폭행에 포함시켜 피해자 보호의 영역을 확대했다"며 "가정폭력전과공개법 등 교제 상대방의 전과 조회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젊은 여성 및 소녀에 대한 재범을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적절한 대책을 통해 관리하면 논란이 많지 않다"며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전과정보공개, 피해자 지원제 등 여러 제도를 마련해 예방과 대응 정책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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