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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했다 "택배 문앞에 놔주세요"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1-09-08 11:44:35
  • 조회수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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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했다 "택배 문앞에 놔주세요"

헤럴드경제  김유진기자     2021. 09. 06. 14:47

서울시 안전도어지킴이 1호 체험기
정식 론칭..1인가구 안전 도우미
고화질카메라가 복도 끝까지 촬영
외출시 현관밖과 실시간 대화 가능
'화재보상 1억'·'택배 도난보상' 포함
안전 도어지킴이 시범사업으로 설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현관과 복도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dcorp.com

“현장 촬영되고 있습니다”. “택배는 문 앞에 놔주세요”.

서울시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1인 가구 3000명에게 지원하는 ‘안전 도어지킴이’ 시범사업이 6일 신청 접수에 나섰다. 사업 시작에 앞선 3일 영등포구청의 도움을 받아 1인 가구인 기자의 집에 서울시 1호로 안전 도어 지킴이를 설치해 체험해봤다.

안전 도어지킴이는 현관 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화질 카메라를 현관문에 설치하고, 위급 상황 땐 사설 경비업체인 ADT캡스에서 긴급 출동하는 가정용 보안 서비스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외출 시에도 집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지원을 받으면 1년간 월정료 1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어 부담없이 신청했다.

서울시 안심 도어 지킴이 카메라를 현관문에 설치한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dcorp.com

현관문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드는 시간은 약 30분 내외로 짧았다. 외양은 흔한 카메라 형태다. 겉보기엔 조금 귀여운 카메라로 보이지만, 기능은 그 이상이다. 우선, 복도 천장 등에 설치하는 CCTV와 달리 현관문에 부착해 여닫는 동작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장기간 집을 비운 경우, 침입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어플을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밖에서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안 상황을 시청할 수 있고, 집밖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단순히 모니터링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 상황에 개입해 경고성 메세지를 보낼 수 있어서다. CCTV가 아닌 보안 서비스인만큼 경비업체 관제실 또한 보안 신호를 실시간 감지한다.

인터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과는 화각 또한 달랐다. 현관문 앞에 서 있는 사람만 확인할 수 있었던 인터폰과 달리 160도 광각 카메라가 문 옆 복도까지 모두 촬영한다. 내 집앞까지 오지 않더라도 복도를 배회하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면 확인할 수 있게 돼 같은 층 모두가 안전해진다. 화각 뿐 아니라 화질도 HD 텔레비전에 해당하는 1080P로 제공돼 얼굴 이목구비를 식별할 수 있다.

이웃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리드 형태로 세분화 된 화면을 통해 ‘프라이버시 마스킹’ 기능을 설정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dcorp.com

화질이 뚜렷한 만큼 주변 가구가 찍히는 화면 일부를 블록으로 설정해 모자이크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마스킹’ 기능도 있다. 이웃들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어락 부분 등을 모자이크한다. 기자의 집은 복도식 구조로 마주보는 현관문이 많아 모자이크 면적이 넓었다. 앞집 두곳의 도어락 부분을 가리려 화면의 9분의 2를 모자이크 하고나니 요철 형태의 영상이 남았다.

3일간 서비스를 이용하며 1인 가구 입장에서 가장 자주 사용한 용도는 ‘소중한 택배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주말에 집을 비운 사이에도 스마트폰 어플만 켜면 주문한 빨래건조대가 무사히 집 앞에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수시로 사용하게 될 기능이다.

만약 택배물품을 도둑 맞더라도 곧바로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번 시범 사업은 택배 도난 보상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다. 경찰 신고와 촬영 화면 등으로 택배 도난을 증명하면, 보상 서비스를 통해 연간 5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도난은 물론 집에 불이나도 지원을 받는다. 안심홈키트 가입과 함께 1억 짜리 화재보상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어플을 사용해 이용할 수 있는 현관밖 음성 송출 문구.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상황에 따라 남자 목소리로 일종의 경고 내지 안내성 음성 멘트를 내보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택배는 문 앞에 놔주세요”, “현장 촬영 되고 있습니다” 등의 음성은 1인 가구의 성별과 연령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오가는 택배나 음식 배달원에게는 물론, 같은 층 이웃들에게도 개인 신상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던 기자에겐 유용한 기능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점은 남자 성우의 매끄러운 음성이 실제 거주자의 목소리로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젊은 남자가 사는 집’으로 보이기 위해 택배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곽두팔·두만식 같은 과격한 이름을 사용하는 여성 1인 가구들에겐 아쉬울 수 있는 소식이다. 향후 지금보다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한 버전의 음성 서비스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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