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공지사항

SNS 및 프린트
facebook
twitter
프린트

"이정도론 감옥 안 가네".. 성범죄 선처가 '재범' 부른다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2-01-05 02:36:32
  • 조회수407
  • 파일

"이정도론 감옥 안 가네".. 성범죄 선처가 '재범' 부른다

파이낸셜뉴스 김해솔기자   2022. 01. 04. 18:18
피해자 합의'로 가벼운 처벌 많아
재범 74%가 이전 판결 집유·벌금
62%는 3년 이내 또 범죄 저질러
재범을 저지른 성범죄자 10명 중 7명은 이전 범죄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상대적으로 관대한 형량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3년 안에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형기준인 '피해자와 합의' 등에 따른 선처가 범죄자에게 그릇된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예방하는 건 엄벌 아닌 필벌"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재범으로 신상이 재등록된 성범죄자 2901명 중 원등록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는 2142명(73.8%)이다. 집행유예가 1201건(41.4%)으로 가장 많았다. 또 2901명 중 1811명(62.4%)이 3년 이내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처분이 재범 위험성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엄벌이 아니라 필벌"이라며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이나 집행유예는 사실상 '벌'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오히려 '이 정도로는 벌 안 받네' '걱정했는데 이런 걸로 감옥은 안 가네' 같은 학습 효과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도 "집행유예 등과 실형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실형이 나올까 봐 위기감을 느끼다가 집행유예를 받으면 아무래도 안도감을 느끼고 재범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실제 연간 신상 재등록 성범죄자 수는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지속 증가세였다.

■양형기준 강화에도 실형 선고 줄어

성범죄 양형기준이 수년간 수정을 거치며 강화된 가운데 집행유예 선고율은 높아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 기준을 적용한 성범죄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지난 2010년 53.7%에서 2019년 40.9%로 줄고 집행유예는 46.3%에서 59.1%로 늘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형이 무거워지면 판사들이 과하다고 생각하는지 선고할 때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좀 더 까다로워진다든가 반성 여부 등 피고인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작량감경을 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형이 세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든 합의하려 할 것"이라며 "실제로 합의가 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도 "아직까지 법원은 성범죄를 개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피고인이 '용서를 받았다'고 할 경우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실형을 유지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대낮 도심 대형 쇼핑몰에서 처음 본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A씨(28)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라며 "탄원이 있었어도 해당 양형은 부당하다"고 즉각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