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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 작성자권정임
  • 등록일2022-01-11 21:51:54
  • 조회수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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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 우먼 타임즈   심은혜 기자
  •  
  •     2022.01.10 22:10

지난해 스토킹·교제 살인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데이트폭력으로 시작해 결국 강력 범죄가 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신상이 공개된 강력범죄 피의자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하자 몇 달간 스토킹하다 택배기사로 가장해 여성의 집에 침입한 후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노원 세 모녀 살해사건’ 범인 김태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스토킹 신변보호자 살해사건’ 김병찬,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뜨린 ‘이석준 사건’ 등이 있다. 

신상공개까진 가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연인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와 다투다 살해한 ‘마포 데이트폭력 살인 사건’도 있다. 

데이트폭력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이다. 헤어지자는 연인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별한 후에도 집요하게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명백한 데이트폭력이다. 

치안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에 대한 신고 건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1만4136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19년까지 41% 증가해 1만9940건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995건(4.9%) 감소해 1만8945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0년까지 수기로 취합했던 신고·상담건수 통계가 2021년부터 112시스템에서 산출되는 전체 신고건수로 바뀌면서 지난 10월 신고·상담 건수가 4만6687건으로 치솟았다. 

실제로 입건되는 사건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감소하다 2021년 들어 반전돼 데이트폭력으로 지난 9월 기준 7153건이 형사입건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207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폭행·상해 및 성폭력 범죄에서 두드러졌는데, 폭행·상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74건 증가했고, 성폭력 유형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15.3% 증가한 84건으로 기록됐다. 

데이트 폭력 신고유형별 처리현황(치안전망 2022)
데이트 폭력 신고유형별 처리현황(치안전망 2022)

하지만 2016년 9364건의 신고 중 8367건이 입건됐고, 2020년 신고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어도 입건 건수는 8982건으로 신고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을 여전히 사적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여성의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2017)에서도 “데이트폭력의 위험신호 등을 데이트 행동의 일부로 생각하거나 폭력 행동을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싸움으로 받아들여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데이트폭력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비해 젠더폭력으로 인지하는 비율이나 경향이 낮은 편이다. 또 친밀하다는 관계성으로 인해 데이트폭력이 사소화되기도 하고 상대방의 폭력을 수용하는 정도가 높기도 하다. 

창원성폭력상담소가 남녀 대학생 1000명을 조사(2012)한 결과, 조사 대상의 3분의 1이 폭력을 경험했는데 이들은 폭력과 애정을 별개로 보고 있었고 폭력 후 헤어지지 않은 이유를 ‘헤어질 만큼 심하지 않아서’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와 통계들은 데이트폭력을 연인 간에 일어나는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연인들도 상대방으로부터 휴대폰 점검, 옷차림 간섭, 모임활동 제한 등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자신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실제 데이트폭력을 당해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찰의 사건 처리방식 역시 데이트폭력을 범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성의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등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적극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사소한 일로 취급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트폭력은 단순한 문제로 절대 치부할 수 없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데이트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한 해 일어난 범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트폭력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최근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제야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이제는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그에 따른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관련 법이 마련돼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바뀌어야 한다.